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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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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41회 작성일 23-02-14 14:58

본문

달빛

  

툇마루에서 서른 발자국 걸어가면 파도가 바람의 옷깃을 붙잡고 마당으로 흰 돛단배가 둥실 떠내려옵니다 그날이 오면 비스케이만에서 침몰한 폐선 하나 호리병 속으로 봉인되었습니다 그날이 오면 오래된 항해일지가 스르르 보르도의 포도향기를 데리고 발목을 차고 날아올라요 갈매기 떼는 나를 물고 그날 밤의 비명처럼 수평선 너머로 날아가 버리고 갯바위 가장자리에 멈춰 선 발끝으로 와류처럼 빙빙 도는 새들의 울음소리 물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낡은 호리병 속으로 증발해 버립니다 파도에 휘말려 청포도 향기가 코 끝으로 철썩거리는 저물녘 우물가엔 까꾸리를 쥔 낡고 오래된 손등 하나 어스름을 푹푹 내려찍고 있어요 그날이 오면 나는 궁둥이를 깔고 쪼그려 앉아 가만히 엄마 얼굴만 쳐다보았어요 그날이 오면 지붕 위로 엄마 얼굴이 늙은 호박 덩굴을 따라 둥글게 둥글게 피어올랐어요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마지막연이 가슴을 환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붕위로 엄마얼굴이 늙은 호박덩쿨따라 둥글게 둥글게 피어올랐어요"
절창입니다 짝짝짝~ 그림이 그려집니다 ㅎ
바쁘신 와중에도 좋은 시를 감상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개발새발 써 놓은 글이라 부끄럽습니다
격려의 말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제가 시인님의 시를 기다리게 되는군요 ㅎ
남은 오후,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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