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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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창밖에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나무 한 그루가 뿌리 없이 안개 중에 떠 있다.
내게는 어머니가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내게는 뽀얗고 새하얀 여우털로 부끄런 데를 가린 여자가 있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뜨거운 오줌을 누고 있는 여자가. 모락모락 그러면 보이지 않게
차가운 입자들로 내 기억 속을 헤메던 안개 속에서 입
벌리고 죽어 있던 사슴 한 마리를 꼬불꼬불한 골목길
지나 내 망막 끝에서 만난다.
검은 터널을 지나 한겨울로 나온다.
손톱 하나하나마다 청록빛 수면이 황홀하게 어리는 그 여자.
뿔들이 사방으로 예리하게 뻗어나가 영롱한 유리알들로 찰랑이는 온기를 관처럼 쓰고 오늘 아침.
안개는 이름 없는 저 계곡 어디서부터 여자의 팔다리
석류즙으로 콕 찍어놓은 눈망울
비릿한 머리카락을 얻어온 것일까.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1연에서 이 시를 끝내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그냥 감탄만 나오네요.
[검은 터널을 지나 한겨울로 나온다]
고개만 끄떡이다 갑니다.
좋은 시 올려 주셨는데 난 힐링만 받고...
피로회복제 같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ㅎㅎ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늘 좋은 말씀 격려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콩트님의 댓글

저는 시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그냥 시인님의 시가 좋습니다
제 마음을 대변해 주시니깐.....
저는 시인님의 영원한
독자입니다.^^;
다만 아쉬운건
시마을이 아니면
시인님의 시를 감상할 수 없잖아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콩트님의 훌륭한 시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