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글쟁이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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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24회 작성일 23-03-04 12:56본문
시인은 시를 노래하며 운율 하고
글쟁이는 글을 가지고 작곡과 음악에 사진까지 통털어 아티스트다
시인과 술은 한 통속이라 이태백이가 그랬고
오스트리아의 시인 트라클도 술독에 빠져 살았다
글쟁이는 삼겹살 몇 조각에 쪽잔 몇 술이면 시인 못지않은 글들이 활하산처럼 쏟아져 나오며
브레이크 고장 난 단어들을 급발진으로 써 내려간다
시인은 푸른 달이 뜨면 보인다는 샹그릴라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처절하게도 하나뿐인 목숨도 저당 잡힌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목숨걸 일 숱하게 많은 요즘
글쟁이는 처자식 생각에 내 목숨 아까운 줄 알고 허튼짓 안 한다
시인은 행간 행간을 걱정하며 문장 고르기에 골머리를 싸맬 때
글쟁이는 머 있나
어문 떼고 글짓기 시간이 지루하다고 졸지만 않았으면 되지
그래도 글 뽄새에 신경 쓰며 명품문장 하나쯤 머릿속애 구겨 넣으려고 애는 쓴다
윤동주 서시처럼 명품 시 하나 얻을 요량으로
시인은 가난을 업으로 여기고 평생을 머리카락만 줘 뜯다 대머리 될지 모르겠으나
글쟁이는 아마 배 골을 일 없겠다
그까이꺼 얼굴에 먹칠하는 것도 아닌데 투잡이라도 뛰면 되지
시인이라면 시집 한 두 권쯤은 거느려야 面이 서는데
시 쓴다고 돈 벌어놓은 것이 없으니 품삯 걱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나
글쟁이는 창작시방이 글집인 것을
자판 두드리는 수고로운 품삯만 지불하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교정에, 인쇄에. 고객관리까지
벌써 몇권을 써내려 가
가난한 독자들을 위하여 무료열람까지도 시키고 있는데 뭐!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과 글쟁이라..
2분법으로 말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이들을 굳이 분별 分別할 필요는 없는듯요
- 왜?
이 종자들은 그 무슨 되 먹지 않은 말로
狂아닌, 廣說을 하고픈 커다란 욕심보따리 하나
등짝에 메고 있다는 점에선
같은 권속 眷屬 (무리)이기에..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고 선돌 시인님 무슨 경을 치실려구 ㅎㅎ
제 기준입니다요 시인님
말그대로 제 단순한 생각이오니 이해하여 주시어요
들려주셔서 장문의 댓글까지 감사드리오며
즐거운 주말보내십시요 꾸벅!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경을 친다... ?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그렇습니까?
시인이든 글쟁이든 사는 게 힘든 세상입니다
문학이 뭡니까
육체적 허기든 정신적 허기든.....
문학은 배고픈 자의 허기입니다
다만 저마다
허기들 달래는 방법이 다르겠지요
누군 시래기 국밥 한 그릇에 감사하고
누군 스테이크에 칼질 아니면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이 잘 못 된 것일까요?
물론 걔중엔 허기를 거른 자도 있겠지요
여하튼 제가 볼 땐 何等 잘못이 없는데
사람들은 전/후를 가려 저울질을 하더군요
오로지 저는 이 험한 세상에 자살하지 않고
묵묵히 목숨부지 하는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그들이 시인이고 글쟁이니까요
저는 다섯별 시인님의 시에 눈물 흘립니다
그 흘린 눈물의 무게로 내일을 딛고 일어섭니다
시인이나 글쟁이나
지향하는 바는 오십 보 백보 아닐까요?
동병상련........
누군 술자리에서 승리의 잔을 외치지만
결국 우린 패배자인것을요
제가 승리자면 이곳 시마을 창작방을 기웃거릴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저는 매일 죽음과 주검을 봅니다
그것이 저의 몫이라 생각하고 하루를 살아갑니다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며
한땐 일출은 기쁨이요 일몰은 슬픔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일출과 일몰은 한 몸이라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루어 놓은 것은 없지만
이 순간 당장 죽는다고 해서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주제넘은 댓글
죄송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요,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있는 기억의 폐수(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자의 권리·9
이연주
나는 방류된 폐수다
나는 불행에 중독된 쓰레기
나는 썩은 강물이다
나는 나를 낳은 날카로운 밤의 자궁
나는 모친을 살해하는 딸년
제 어미 아랫배에 오물을 쑤셔박는
나는 도시 건설업자다
이동해 간다는 무, 의미성
어린 수초의 기억을 간직한 채
누치들의 떼주검
빛 앞에 팔을 비트는 물결 컴컴한 멍자죽,
나는 살아 고된 피음녀다
그러나 나는 출렁인다
성역 같은 내 가슴 심연 속으로
깊이, 더 깊이 가슴살을 조금씩 떼어내며
신선한 산소를 들고 나올 것이다
물때에 절어버린 쓰레기들
아뜩한 벽의 진동을 뚫고 나가는 길은
벽의 진동보다 날렵한 주파수를 찾는 거다
나는 이동해 간다
나는 삶의 저쪽 웅크린 짐승의 그림자
나는 삶의 이쪽,
지게차를 몰고오는 시운전자.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콩트시인님!
시같은 댓글에 선물까지 두 점씩이나 보내주시구요
몇번이고 감상하겠습니다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 님도 90년 세대 이신가요? 90년대 태어났다는 게 아니라 인터넷 발달로 종이책이 죽었지요.
저도 제 시집 출판 앞두고 출판사가 망해서 글 쓰는 걸 그만 두었지요.
헌데 취미로 힐링 하고 있지요.
글 실력이 상당 하십니다. 여기서 노시면 질투의 대상이 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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