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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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낌새
석촌 정금용
초롱을 켜 멀리 고개 든 달 함께
마음 차지한 쪽 찐 머리 그럴싸한 연두 치마 앳된, 눈꽃에
물든 저고리 앞섶 하얗게 부풀어 아닌 듯 짓는 미소 아끼지 않는,
아무래도 그 자리
함께 할 수 없어 고개 돌려 어디론가 풀 죽어 떠나는 혹한 불러
자리 편 가지 끝 난간에 어둠을 깔고 앉아 고개 들어 배웅하다 맞은 봄
이끄느라
부푸른 열정 아낌없이 풀어 되살린 설렘 생동의 기쁨 함께 하러 몰려든
빈 가슴 헤쳐 파랗게 촐랑대는 어설픈 것들 맡겨놓고, 풀기 없는 볼
지워진 얼굴 부드러운 속삭임 향긋한 수줍음
자취 없는 자취로 남겨
허전해 돌아본 나무의 품속, 무시로 드나든 바람의 지름길, 알고보니
그리워 머물다 돌아가는 달빛의 통로였구나
온기 뺏는 한기에 쫓겨 한속 든 품속에 숨죽여 핏물 괸 진액을
꽃으로 붉혀 나비 들라 이른 속눈썹 붉힌, 매화
그 오래된 낌새 그대로 붉게 물들어 떠난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저는 개인적으로 2연이 너무 좋네요.
모든 연이 다 좋고요ㅎㅎ
잘 빚은 시에 커피 한 잔 진하게 내려앉는 저녁을 보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ㅎㅎ
늘 건필하소서, 정석촌 시인님.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3월의 마당가, 붙들린 마음 어쩌지 못하죠ㅎㅎ
노년을 연홍빛 소년으로 물들여 바꾼 홍매화
그리움만 남겨놓고 떠난 빈자리, 남아 팔랑대는 이파리 솜털 송송한 아기 매실들,
꽃 진 자리 허전한 달님께서 확인차 둘러보시는 것 같습니다
이장희 시인님 왕성한 활동 옥필, 부릅떠 기다립니다 ㅎㅎ
격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