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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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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23-03-10 20:05

본문

 

봄비,

 

 

 

오랫동안 닫혀있던 창문을 열었다.

비로소 봄이 온 것이다.

삐걱거리던 창문이 열어진 자리엔

비의 시체들이 널부러져서 수북히 쌓였다.

헛 웃음이 나왔다.

투명한 척, 순수한 척, 착한 척, 무슨 척, 했던

요란들이 죽어서야 진실을 들어내니

닦아 내린 물티슈에 까만 때가 계속해서 묻어 나온다.

 

밖의 온도를 느껴보기도 전에 봄비가 내린다.

창문을 닫는다.

창틀에 쏟아지는 것들은

진실을 알아버린 나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려는 이유에 대한 파문이다.

 

빗소리가 요란 할수록

바람이 되고 싶은 비의 속성을 엿볼 수가 있다.

한때 나의 사랑을 잔인하게 파먹고 버렸던 그녀처럼,

그래서, 비는 쉽게 멈추지 않는다.

마치 창문 안쪽의 나의 시체를 닦아내려는

비의 복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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