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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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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1회 작성일 23-03-14 10:26

본문

봄비




봄은 아침이 길었다. 열려지는 페이지들 사이에 애액이 흥건했다. 


햇빛이 들지 않는 연록빛 줄무늬 안으로부터 사각사각 

동심원의 파문들이 서서히 퍼져나가는 색채의 큰 시계침과 작은 

시계침. 유리로 만든 난쟁이가 금가루 부슬부슬 떨어지는 하품을 한다. 

내 방안의 허공은 점점 더 커지고 침잠하는 언어의 미세한 층들을 

하나 하나 벗겨내며 그슬린 카스테라를 에로틱하게 감싼 에곤 쉴레의 헌 옷 두어 벌, 게르트루데는

황금계단을 하나 하나 

또렷이 

올라갔다.   

새하얀 커피잔 속에서 익사하여 가는 여자가 보인다. 여자의 이름이 무엇이던가? 

사선의 투명한 것들이 여자를 가르고 있다. 검은 물 아래로부터 꽃향기가 올라온다. 어룽거리는 황홀한 

시취가 일렁이는 시야마다 어린다. 항상 내 유년의 골목에는 

하늘 끝으로 떠나가는 청록빛 부푼 풍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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