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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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점에 왔다
몇 가지 시력 검사가 끝나고
안경사가 두꺼운 렌즈를 끼운 모형 안경을 씌우더니
잘 보이는지 묻는다
잘 보여도 너무 잘 보인다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멍하니 서 있는 사람의
근심 어린 표정이 뭔지 알 것 같아
덩달아 가슴이 답답해진다
너무 잘 보여 어지럽다고 하니깐
안경사가 얇은 렌즈로 갈아 끼우고는
어떠냐고 묻는다
버스 좌석에 앉은 사람이
이쪽을 빤히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한다
보일 듯 말 듯 한 입모양에 답답해져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깐
안경사가 다른 렌즈를 갈아 끼우고는
이번엔 어떠냐고 묻는다
잘 보인다
그 사람이 버스 유리창에 입김을 불고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쓴 글자가 뭔지
웃으며 안경사에게 대답한다
“딱! 좋아요”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정말 좋은 시입니다. 대단합니다. 놀랍습니다.
김진구님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