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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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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회 작성일 23-03-27 08:43

본문

아몬드꽃



에메랄드빛 허공을 화안하게 장식하는 

저 많은 아몬드꽃들 다 지기 전에,


나는 언어로 지은 담장을 다 완성해야 한다. 


밀짚모자가 덥수룩한 

미친 사나이가 아몬드꽃 너머 여기를 엿보고 있다. 


밀짚모자 사나이는 내가 포착하기 전에 

저 아몬드꽃들 속으로 

그의 형체가 흩어져 버리기 일쑤이지만,


떨리는 붓 위에 핏방울 대신 엽총의 총구 속을 흘러가는 

청록빛 바람과 휘몰아치는 에게해의 날 선 

파도 대신 


열에 들뜬 

압상트 속 시취로 

 

색채의 교향악을 그에게 흘려보냈어야 했다.


그의 육신은 두 개 바위 사이에 난 좁은 

길을 헐떡이며 올라가는 검은 나귀의 

눈동자 속에도 있다. 


두개 바위들은 번갈아 나귀의 귓속에 대고 속삭인다. 

"여기 죽음이 있다."

"죽음의 가느다란 신경으로 짜여진 거대한 성당이 있다."

"네 귓속을 뜯어먹는 

땀방울 닮은 애벌레들이 있다."

"칼날로 난도질 당한

길이 꿈틀거린다."


갈라지고 말라붙은 

나귀의 발굽에 나는 키스한다. 


황홀한 아몬드꽃들은 아직 

하나도 지지 않았다. 


봄하루 동안 저렇게 바람에 슬쩍

흔들리고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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