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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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37회 작성일 23-03-29 08:44본문
이 집으로 이사를 와 가장 먼저 한 일이
쥐똥나무 틈새로 사방이 훤히 보이는 자리에 우체통을 세우는 거였다
전 주인이 미납을 한 전기세 고지서를 필두로 고립무원인 이 집에 각종 사연들이 부나비처럼 날아들었다
굳이 알려하지 않아도 수돗물을 얼마간 흘려보낸 사연들과
보기도 민망한 몇 푼의 재산세 고지서에 붉은 우체통만큼이나
낯이 뜨거워질 때도 있었다
안산에서 날아온 장애인 신문에서는 정상인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삶을 견디다
젊은 생을 마감한 어느 장애우의 기사가 미역귀처럼 신문 머리글을 장식했고
각종 먹거리와 고기와 싱싱한 채소를 가득 담은 할인마트의 전단지를
식탐 많은 우체통이 상추쌈이라도 먹는 듯 맛나게 구겨 넣고 있었다
그 많은 소식과 과태료용지와 지로용지등을 먹고도 여전히 허기가 졌는지
벌어진 입사이로 칠흑 같은 공허함이 가득한데
쥐똥나무사이 날개를 까부리며 놀던 박새가 주둥이에 보푸라기를 물고
치과의사라도 되는 양 우체통 입안의 구강구조를 두루 살피는 것을 보니
멀리 남해요양원에 가있는 친구에게서 육필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허기진 우체통 뱃속이 싱싱한 박새 알로 채워질지도 모르겠다
댓글목록
안산님의 댓글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편지함은 늘 기다림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은 편지를 쓰는 시대가 아니어서 그 효용이 반감되긴 했지만
빨간 페인트로 갓 칠한 우체통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습니다.
우체통의 투입구를 입으로 묘사한 시인님의 발상이 돋보입니다.
언젠가 보았던 동해 바닷가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의 선명한 색깔이
떠오릅니다. 좋은 시 감상 잘 했습니다. 건필하세요.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산 시인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와 우체통을
세워놓았지요 중국제라 그런지 금방 녹이 슬어버려서요 ㅎ
봄날 강건하시고 좋은 시로 뵙기를 청하옵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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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인이 떠난 집에 새로 이사해온 분리된 삶의 괴리적 현상을 엿봅니다
괴로움 외로움 속에서 채납된 고지서를 등지고 그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요
땅에 있을까요 하늘에 있을까요
포기하고 읽어보지 못한 우체통에 새들이 알을 품고 있습니다
육체는 비대하나 여전히 영혼은 빈곤합니다
우체통 안에 모든 부모 새와 알들에게 이르노니
너희 알이 부화되면
너는 부디 깊은 산속에 거하지 말고 아파트 베란다에도 좋고 사람사는 가까이에서
하늘의 별을 머리에 이고 소쩍새처럼 울어라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아침,
박새알로 촘촘히 채워진 편지 한 통 읽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졸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리바다이종인 시인님
박새들이 생각치도 못한곳에 집들을 지어서요 ㅎㅎ
화창한 봄날에 가까운 산으로 진달래 구경다녀오세요 ㅎ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콩트 시인님
오늘도 부산 앞바다의 바다바람을 가르며
삶의 전투현장으로 향하시는 시인님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