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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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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20회 작성일 23-04-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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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절망  


석촌 정금용





아무도 몰래 어둠이 덮어 그렇지, 한 둘이 아닌 

어느 결에 하늘하늘 눈발인 줄 나비인 줄 멀어진 그들 


눈길로, 눈길 밖 나서지 말라 붙드는, 등 굽은 어미 타는 속내 모른 척 

끼리끼리 따로따로


연두 파랑 데리고 

봄 걸어온 호젓한 길 따라 누군가 맞아 줄 것 같은 그 길, 맘껏 건너가보려 

벗어난 제자리 아래로 아래로 자꾸 어긋나 멈출 수 없는 가파른 외길에 닿아

내민 바람의 등에 올라, 맴돌다 맴돌다 거친 땅 때묻은 낯선 바닥에 

파리한 이마 무릎에 묻고 쪼그려


애타 찾는 어미 눈길 멈춘 자리 가지 끝에 빈자리, 멀어진 거기서 더는 

멀어지지 않으려 여물지 못한 안간힘 겨운 죽지 오그려 


무심한 발길 오간 공원 길모퉁이 고개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날개 없이 먼 길 나선 흰나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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