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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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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2회 작성일 23-04-26 01:12

본문

무제 


열 개 발가락이 모두 붉은 여인이 있었다.


허리 아래가 석류꽃이었다. 


투명한 천을 찢어 겹꽃잎 안으로 파고 들어가면 

달큰한 솜털이 단단한 껍질에 붙어서 시취(屍臭)과즙 바깥으로 새어 나왔다.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자기가 사실은 뜨거운 청록빛이었다는 사실을. 

난해한 지형도 위 

꿈틀거리는 도마뱀의 치아들로부터 

황홀을 얻어 나왔다는 것을. 


무너져 내리는 부용꽃으로 커다란 접시를 빚었다고 했다. 

이글거리는 화염을

망막 위에 얹었다고 했다. 


그녀의 광채가 정지한 

빛나는 유리 위에, 

비린내가 탯줄에 붙어 사뿐히 

즙을 흘린다.


얽힌 탯줄을 새하얀

자기 목 주변에 두른다. 

예리한 철조망이  

사각거린다. 


오늘도 아이 하나를 사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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