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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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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9회 작성일 23-05-06 21:00

본문

다르지 않다는 것

저 멀리서부터 보리가 바람을 이끌고 온다

쓰러지며 다시 흔들리는 이삭들

알알이 곡식이 많이 차 있을수록 무겁다

고개를 숙이고 땅만 바라본다

우습지 않다

주위를 모두 둘러보아도 보리 뿐

거대한 사람 하나 낫을 들고 보리를 벤다

보리는 일제히 웃기 시작한다

먼저 베어달라고 웃는다

가득차 있는 보리의 방은 수십개

그 속을 서로 이어주는 하나의 줄기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이곳 저곳 나르며 이동중이다

탈곡기가 간지럽게 머리를 털어낸다

신이 났는지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보리가 배를 가르고 웃고 있다

밥상에 보리로 밥을 짓는다

뜨거운 찜속에서 배가 불러온다

배가 불러도 우습다

낄낄대며 엉겨붙는다

이제보니 한알 한알이 다 보리다

헛배가 불러도 구수한 방귀를 뀌어도

보리는 좋다

그래서 니가 더 좋다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 시마을에 들르곤 합니다. 그럴때면 시인님의 시를 먼저 찾아보곤 하는데 오늘은 분쟁 때문에 미처 보질 못했어요.
솔직히 이 시를 읽으면 행복합니다.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정말 힐링이 됩니다.
시인이 왜 시인인가요? 독자에게 행복감을 줘야 합니다.
결말이 정말 압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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