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 > 창작시의 향기

＊그 숲

월출산 지나

농촌마을 한 자락 차지한 미륵사찰

우람한 인도코끼리 석상이 사찰 입구에 버티고 서있다

초여름 철쭉나무숲은 시든 꽃마저 숨기고

네팔, 내팔 안으로 이어진 아미타(阿彌陀) 숲길,

별별 이름 붙은 이국 존자(尊者)들의 석상이 숲길 안으로 즐비하다

관광 온 인파의 옷깃바람에 묻어 불이문(不二門)으로 들어가

여래의 숲인지

숲의 여래인지

이쪽저쪽 그 여러 형상을 본 것도

그 여러 형상을 보지 못한 것도 둘이 아닌 하나다

걸어서 가보고픈 서방정토가 어디쯤인지

돌에 새긴 스님의 시비(詩碑)가 애잔한 세속의 얼굴을 비춘다

그 숲에 머뭇거리며

삶에서 만난 인연의 기억들을 고이 안고 가는 사람들

그 하나 하나 시방(時方)의 믿음을 지우지 않으려

고딕체(Gothic體)로 휘갈긴 시공을 쫒아

첫발을 들였던 불이문(不二門)으로 줄지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