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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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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8회 작성일 23-05-17 22:44

본문

울타리가 쳐져있다
가운데 하얀점 하나
울타리는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그 가운데 엄마를 보듬고 있다
빨래 설거지 밥하기를 대신하고
누워서 일어나기도 대신한다
버스가 다닐때 노선표를 볼 줄 몰랐고
울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젠 씩씩하게 운다
높이뛰기에 자신 있어서 운동회 땐
높이뛰기 선수로 나갔지만 장애물은 높았다
씩씩거리며 멋진폼으로 뛰었고
씩씩하지 못하게 교실로 숨어들었다
부끄럽다는건 묘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온몸에 네발달린 간지러움이 기어다닌다
엉덩이가 자주 가렵다
뭐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바보라고 울고 있다
울타리 밖은 어둠이다
기억력 밖의 세상 기억과 잔인함을
모두 갖추어야 야생에서 살아남는다
웃는걸 좋아하고 웃기는걸 좋아하지만
잡아먹히는고 잡아먹는게 이 세상 룰이라서
울타리 밖에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여자친구와 밥먹고 차마시고 영화보고
버스 타고 집에 오면 이제 회사만 가면 된다
회사는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있으면
인간의 본성이 나오는데 자신을 사랑하라는
당부 덕분에 놀림거리에서 웃음거리로 버틴다
결혼을 생각했다 사랑하지만 지켜주기엔
한참 부족해서 쓸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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