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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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 속에 일렁거리는 얼굴 하나 문득 길섶에 박힌 대나무 꼬챙이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무얼 하고 있는지 후회가 후회를 곱씹으며 좌석마다 목적지를 잃어버린 투영들, 고개 드는 해조음 사이로 어느 비구가 내일은 없다고 수평선을 향해 살을 날렸지만 나에겐 오늘이라는 이름표조차 없었다 그것은 주검이었다 시취 나는 잔들이 사막처럼 메말라갈 때마다 내가 앉은 이 자리, 네가 건너간 수몰된 무덤이었다 광중으로 빈 잔이 시취로 채워질 때마다 먼 길 떠나가는 사람들 저기 내 망막 속으로 들물처럼 비치는 신기루처럼 낚시방 사장이 건네준 물때표를 펼치며 나는 맨발로 오늘이라는 맹세가 부서지는 포말처럼 파도의 모서리를 걸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잘 감상했습니다 . 콩트시인님
물 때를 잘 맞추어야 고생을 덜 하지요 만수위때를 사리라 하나요?
즐거운 금요일 입니다 하루만 견디시면 주말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