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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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안내된 자리는 2인용 식탁
가지런히 놓여있는 수저세트와 물컵 두 벌
누가 오기로 했던가. 아니면 왔다 갔던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었던가
나도 모르는 사이 빈 의자에 온기는 남아 있던가
나의 깨어지기 쉬운 유리 같은 자존심에는 누군가는 꼭 앉아 있어야만 했다
빈 의자에 모멸감을 앉혀놓고 잔을 채워주며
나를 잘게 잘게 썰어 입안에 넣는다
미듐으로 나를 구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지 난 기억들을
나이프로 썩썩 썰어 비명을 즐겨가며 나를 삼킨다
식을 줄 모르는 장애를 갖고 있는 분노가 폭파직전이다
빈 의자를 위하여 싸늘한 증오로 건배를 대신하며
노란 뚜껑의 싸구려 위스키는 높은 도수를 자랑하며 빈 잔에 쪼르륵 공명음을 따른다
킹 크림슨의 epitaph(묘비명)는 7분째 장성곡처럼 흘러나오고
그곳에 판각할 한 줄 묘비명을 추스르며
빈 의자를 보고 내 안에 갇혀 표효하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를 다독거리고 있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시어 속에 비치는 투영들,
저 자신을 보는 듯합니다.
덕분에 위로 받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요. 다섯별 시인님.
다섯별님의 댓글

늦은시간에 오셨다 가셨습니다 콩트시인님
요즘 제 마음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