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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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65회 작성일 23-06-04 05:21본문
이별여행
생은 아버지의 기름때 찌든 작업복이었다
폐차 직전 상상하기 싫은 나의 전복된 일상이
공장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짓이기진 내 얼굴처럼 기름때가 수북이
얼룩져 있었다
산다는 것이 죽어가는 것의 역설로 다가올 때
나는 어른이 되었다
빗발이 송곳처럼 정수리로 내리 꽂히는 그 밤
스레트 처마를 꽉 붙잡았던 제비집도
벽을 타고 내장이 줄줄 흘러내리고
우물가에 쓰러진 너를 안고 방에 눕혔지
끄물거리는 불빛에 놀라 온 방안을 휘젓던 너의 날갯짓
셋 평 남짓한 방안의 낯익은 풍경처럼 죽음은
지척에서 찾아왔다
너를 인간의 몰골로 부활시키기 위해
마당 가장자리 좁은 화단에 너를 묻고 돌아서는 길
연보랏빛 꽃숭어리가 가시처럼 돋아나고
나는 그때부터 슬금슬금 너에게로부터 떠나갔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푸라기 시인님의 이별여행에 눈길이 끌려
잠시 머물다 가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