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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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여행
생은 아버지의 기름때 찌든 작업복이었다
폐차 직전 상상하기 싫은 나의 전복된 일상이
공장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짓이기진 내 얼굴처럼 기름때가 수북이
얼룩져 있었다
산다는 것이 죽어가는 것의 역설로 다가올 때
나는 어른이 되었다
빗발이 송곳처럼 정수리로 내리 꽂히는 그 밤
스레트 처마를 꽉 붙잡았던 제비집도
벽을 타고 내장이 줄줄 흘러내리고
우물가에 쓰러진 너를 안고 방에 눕혔지
끄물거리는 불빛에 놀라 온 방안을 휘젓던 너의 날갯짓
셋 평 남짓한 방안의 낯익은 풍경처럼 죽음은
지척에서 찾아왔다
너를 인간의 몰골로 부활시키기 위해
마당 가장자리 좁은 화단에 너를 묻고 돌아서는 길
연보랏빛 꽃숭어리가 가시처럼 돋아나고
나는 그때부터 슬금슬금 너에게로부터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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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별님의 댓글

보푸라기 시인님의 이별여행에 눈길이 끌려
잠시 머물다 가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