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탁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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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2회 작성일 23-06-11 16:52본문
홍탁삼합
할머니 방에서 냄새가 난다며
어머니 생신날 큰 아이가 사 온 디퓨저,
이건 그냥 우리 안방에 쓰고
그냥 용돈이나 드리라며 십만원을 건낸다
자존심 강하고 눈치 빠른 할매라
물도 마시지 않으실까봐 지레 설레발이다
너그 아버지 손찌검 말도 마라야
하루는 내가 코피를 쏟다가 기절을 했는데
찬물 한바가지 붓고 깨배갖고 다시 패더라
손찌검하는 애비 밑에 컸다고
너그들 시피 볼까싶어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밤새 끙끙 앓아 감시롱 삭이고 또 삭였제
아버지 귀갓길에 술내라도 풍길라 치면
너그덜 못 볼 꼴 볼까싶어
아예 문앞에 섰다가 이모집으로 큰 집으로
심바람을 보내고 너그 아부지 골아 떨어지면
멍든 자리 피난 자리 가려가며
절뚝 절뚝 너그덜 데불로 갔제
그라다 너 아부지 간띠가 부어 죽고
문상하러 온 너그 외삼촌한티 그말 들었제?
이놈의 왠수 고마 팍 뒤져삐라 하다가도
모진 맴 묵으모 너거덜 앞길 맥킬까봐
또 맴을 삭키고 뜨물을 낄이 믹이고 했제
아이구, 그기 오데 산목숨이더나
가마떼기 덮어 씌우모 고마 송장이였제
그래도 속을 사키고 살았던 본치가 있네
너그 딸이 내 용돈도 다 주고야,
아내가 삶아 온 돼지수육에 신김치를 감아
어머니께 한 젓가락 드리며
막걸리도 한 잔 따른다.
내가 그 비싸다는 흑산도 참홍어를
그리 푸지게 먹고 자란 줄 알았더라면
막걸리를 좀 더 빨리 배울 걸 그랬다
댓글목록
달팽이님의 댓글
달팽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집집마다 고달픔과 애환이 복숭아뼈처럼 불거졌던 능선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네 삶이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화된 언어로 그려내신 작품,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