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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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칠월 한 달 아버지는
하늘만 쳐다보며 사셨다
비는 언제 그칠지
그쳤던 비는 언제 또 올지
논물은 터야 할지 막아야 할지
생각도 날씨처럼 오락가락하는 사이
축축한 하루가 덧없이 저물었다
꼴 베러 갔던 화자 아범 심씨는
땅거미와 함께 돌아오곤 했는데
사람도 지게도 빗물에 젖어
찌든 베잠방이는 시늉만 옷이었다
젖은 풀로 허기를 달래는
늙은 황소의 순한 눈에도
아련히 호롱불 하나씩 켜지고
댓돌을 쪼는 낙수에 잠 못 이루던 밤
한 세월 구비 돌아
그 밤의 빗소리 다시 듣는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벌써 장마를 걱정해야 하는 여름
안산시인님의 詩가 점점 단단하게 여물어감을 느끼며
음악과 함께 감상합니다
좋은 시를 감상하게 해 주시여 감사드립니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장마철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이 때가 되면 깊이 각인된 유년시절의 추억이 살아납니다.
어설픈 글을 시로 봐주시는 다섯별 시인님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좋은 시 늘 읽고 있습니다. 건필하시시 바랍니다.
달팽이님의 댓글

한 폭의 수채화가 그려지는 풍경입니다.
웅크려있던 유년의 기억이 물에 풀린 잉크처럼 번져옵니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새로 그리는 심정입니다.
빗물에 번지는 물감처럼 그렇게 가슴으로 스며드네요.
달팽이 시인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로조아님의 댓글

비록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였으나
다른 면에서는 풍요로웠던
어린 시절이 4연에서 가슴에 그려집니다
잠시 머물다가 갑니다.
곧 장마가 찾아올텐데 건안하시길요....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습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정신적인 궁핍을 느끼지 못하였지요.
장마철이 다가오니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네요.
그대로조아 시인님의 흔적이 귀한 선물처럼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