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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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편지
며칠 전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조바심을 물려받은
선친의 기일을 전하는 형님의 목소리
오전 내내 마른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사람들
날 선 칼날처럼 쏟아지는 빗방울들
토광속으로 시취가 넘쳐나고 있었다
아버지의 제상을 물리자
형수께서 작은 소반에 제상을 차려
다시 올렸다
일가족이 세상을 먼저 떠나 간
숙부의 신위였다
뿌리가 잘려나간 나무는
더이상 밑둥을 밀어 올릴 수 없다고
불 꺼진 아파트 입구 화단에는
숱한 주검들이 어둠 속에서 오래된
안부를 물으며 펄럭거리고 있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제사때문에 음복을 하셨군요 불금을 보낸것이 아니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콩트시인님. 제가 너무 앞서갔나 봅니다
독백 하시듯 쓴 밤편지가 여기까지 들리는듯 합니다.
계속 우러나는 詩心에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콩트님의 댓글

잘 주무셨습니까?
시인님 말씀이 맞습니다.
불금을 보내고 어젯밤이 기일이었습니다. ㅎㅎ
아침 바람이 기분 좋게 코끝을 스치는 시간입니다.
커피가 없어 아침부터 냉수 한 사발 들이켰습니다.
휴일 잘 보내시고요. 시인님. ^^
뻐꾸기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제사에 갔던 기억이 어제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