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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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9회 작성일 23-06-24 23:40본문
길
별이 되고픈 날이 있었습니다
별이 된다는 것은 밤하늘에 침몰한
폐선 같은 당신의 얼굴을 견인하는 일입니다
물안개가 어스름으로 몸을 푸는 공수마을에는
파도의 칼날이 갯돌을 향해 단칼에 내리칩니다
오늘 같은 날이면
서쪽하늘을 불살라 버린 동쪽바다의 용광로 속으로
한 줌의 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둠의 뼈를 발골하듯 당신의 골수에 뿌리내린
오래된 울음 같은 뼛조각이 별빛을 틔우는 밑거름이 되어주길
어둠이 포도송이처럼 쌓인 담벼락을 지나
수평선 너머 쑥스럽게 고개 내미는 달맞이꽃처럼 홀로
아무도 모르게 별빛을 수확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별이 되고픈 날이 있었습니다
별이 된다는 것은 저 눈 시린 우주 속에 수몰된
당신의 유년을 인양하는 일입니다
내 망막 속에 실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비문증처럼
내 유년의 노스탤지어를 돋보기로 꼼꼼히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오늘 밤 나는
터져 버린 당신의 정맥류처럼 잃어버린 항로의 궤적을 찾아
짙은 어둠을 삼킨 별빛으로 단단히 묶습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좋습니다! 콩트시인님.
"오래된 울음 같은 뼛 조각이 별빛을 틔우는 밑거름이 되어주길"
행간 행간 뽑아올린 빛나는 문장들이 별이 되어
내 동공에 콕콕 들어와 박이고 있습니다
좋은 시를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 여름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빗속을 거닐며 건너옵니다.
휴일 하루 잘 지내셨습니까?
부족한 글
늘 격려와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