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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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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12회 작성일 23-06-27 23:59

본문

퇴근길


 아담과 이브가 지은 원죄의 조건으로 나는 어머니의 산도를 벗어난 그날부터 털북숭이 애벌레처럼 바닥을 기었다 옹알이를 하고 바닥을 뱃가죽으로 밀다가도 다리에 힘이 부쩍 솟아날 때마다 바닥을 쭉쭉 기어갔다 저 눈 시린 마리아나 해구의 뻘바닥에 내리 꽂힌 폐선처럼 심해의 도다리처럼 구멍 난 철모처럼 모래를 뒤집어쓰고 지느러미를 뻘바닥에 고정시켰다 잠시라도 바닥에서 한눈파는 순간 바닥을 끌고 간 아가미들 예리한 주낙에 속수무책이었다 죽음의 그늘은 언제나 낚싯줄처럼 투명하고 갯가에는 쇳조각이 뜯겨나간 비늘 갑옷 같은 살점이 늦은 오후를 향해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같은 장마철에는우산까지 챙겨야하니
퇴근길이 짐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좋은 시를 올려주신 콩트 시인님께 감사드리며
눅눅해진 기분을 한 잔 술로 버석하니 말려보심이 어떻실런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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