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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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76회 작성일 23-06-28 17:34본문
벌과 꽃
꿀 먹은 벙어리인 네가 쳐다도 안 보고
벌통 같은 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잠근다
나는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안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인지 절규 소리인지 윙윙대는 소리에
가슴을 쥐어뜯고 피가 바짝바짝 말라간다.
고요만큼 무섭고 두려운 게 또 있을까
삐걱대는 침대 소리라도 들리면
그나마 너의 존재를 느낄 수 있어 안심인데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지금은
낮에 검게 염색한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다.
너를 위해 아카시아 향보다 진한 찌개와
꿀보다 더 고소한 반찬을 만드는 사이
드디어 문을 열고 네가 방에서 나온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윙-윙 주변을 맴돌며
오늘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는
벌이 꽃 속을 파고들 듯 뒤에서
꼬옥 껴안는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감상하며
저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는지
멍하니 그 방문 앞에 조용히 앉아 있다 갑니다
저의 심중을 후벼 파는 캐논의 첼로음처럼
오랜만에 사람냄새 물씬 나는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기분 좋게 뒹굴다 갑니다.
건필하시고요,
장마에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김진구 시인님 ^^
김진구님의 댓글의 댓글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후덥지근한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고 싶은데 그러면 안되는 처지라 아쉽기만 합니다.
콩트님께서도 건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