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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巡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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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야옹이할아버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9회 작성일 17-09-12 02:18

본문

순례(巡禮)

 

 

하늘길 두려워 등 떠밀려 떠나온 순례의 길

태초에는 없었던 그 길

신은 세상이 아니어서 그 길을

길이라 이름하지 아니한다.

그저 연(緣)이라 하기엔 가슴 시리도록 싱거운

몸뚱이로 살아온 한 세상

싸우지 않고 살아가는 처세로

지혜를 들먹거리지 아니하고도 그럭저럭 살아온 길

너만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너만 생각하면 사지가 저려온다.

몸은 어쩌다 그 지경에 이르렀을까!

쉬어가라!

쉬어가라!

그리도 신호를 보냈건만 . . .

오늘은 오늘로써 끝나야 하듯이

거룩함은 거룩함으로 끝나야 한다.

내려 놓으면 다 해결된다는 것을

비우면 걸림이 없다는 것을

아니 그 조차도 궁극에 이르러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땅 끝 하늘 위 그 순례의 길에 매질을 하여본다.

내가 나를 낳지 아니하였다고

그 가벼운 마음에 스스로에게 그렇게 쉬이 대했던 것일까!

너는 대체 누구니?

길이 되어 순례의 너에게 묻는다.

세상은 어둠으로 저녁 종성을 울리고

순례의 몸은 지친 기운으로 하루를 품어 안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라고

네가 아는 그 날부터 지금까지 하여 온 말이다.

나를 낳은 사람은 나다

순례자는 그렇게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게 순례의 길이다.

성스러움, 그리고 그 거룩함 . . .

순례자처럼 길은 스스로에게 그의 길을 묻지 아니한다.

누구나가 걸었고 또 누구나가 걸어야 할 그 길

길은 단지 길일 뿐이다.

의연하다는 것과 초연하다는 것

그 어떤 비교라 할지라도

비교는 비교를 낳을 뿐이다.

 

하늘길 두려워 등 떠밀려 떠나온 순례의 길

당신은 거룩했다, 아니 거룩하다.

따라 그 길도 거룩해졌다.

하여 하늘도 스스로 눈 밝혀 그의 푸르름을 더한 것일까!

순례는 너그러움으로 스스로의 위안을 삼지 아니한다.

고통과 인내함으로 제 스스로 땀을 흘릴 뿐이다.

순례의 길은 그렇게 나아감이다, 뚜벅뚜벅 . . .

 

그게 곧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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