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에 대하여 > 창작시의 향기

原罪에 대하여

하나님 지으신 세계

푸른 하늘

빛나는 태양

꽃

산

바다

…

너무나 아름다운 세계

그 속에 우리가 산다.

이 아름다운 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 우리가 산다.

비 온 날

지상으로 올라왔다가

다시 해가 뜬 뒤

시멘트 도로 위에서 말라죽은 지렁이를 보았다.

체액(體液)을 아끼며 손쉽게 짝을 찾으러

지상으로 기어 나온 것이 잘못이었을까

짝을 찾는데 정신이 팔려

재빨리 돌아가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온 나라를 흙탕물 속에 묻어버린 이 비가 개면 또

얼마나 많은 지렁이가 인간이 만든

시멘트 도로 위에서 말라죽을까.

나는 지금 생각한다.

가여운 지렁이들에 대하여-

그리고

에덴의 전설과 고통

흙탕물이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는

탐욕과 망각이라는 슬프디슬픈 우리들의 원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