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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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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상당산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1회 작성일 23-08-09 17:21

본문

겨울을 뱉어내며 쿨럭이던 초봄

양지 녘에 모여 있는 살가운 햇살에

마음을 빼앗긴 성미 급한 상사화는

새끼오리 부리만큼 잎을 내민다.

 

인색한 햇살 끌어당기고

지나가는 바람을 흔들어보며

싱싱한 계절 담아낸 매끈한 자태는

한생에 꽃을 보지 못하는 어긋난 인연에

목까지 차오른 시퍼런 슬픔을 삼킨다.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슬픈 사랑

지독한 외로움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오랜 침묵 속에 그리움을 매단 채

도도한 꽃 대궁으로 까치발 선다.

 

꽃에게 응석 한 번 부리지 못한

빛바랜 줄기의 닿을 수 없는 사랑은

너의 이름 속으로 사라진

아득한 기다림을 건너

맑은 연분홍 꽃으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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