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의 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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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의 辨
어스름으로 홍경래의 적삼이 검붉게 널린
퇴근길 지친 몸뚱어리가 지구보다도 무겁다
이런 날이면 가끔 혁명을 꿈꾸기도 하지
혁명의 씨앗은 눈빛이 또 다른 눈빛을 불쑥 삼킬 때
두드러기처럼 발진하는 한 무리의 개망초
그 새하얀 톱니바퀴를 핏빛으로 물들이는 저물녘
습관이 밴 똥배를 장판에 깔고 노트북을 켰다
이윽고 현관문 비밀번호 알람이 톡톡톡 울리고
파김치가 된 나의 도플갱어가 카눈을 따라
머리맡으로 경로를 옮겼다
폭풍 전야는 어느 해구에 내리 꽂힌 폐선처럼
침묵한다고 그랬던가
낯 뜨거운 홍조를 건너 머리맡으로 걸레가 나뒹군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내 살을 파먹은 진드기들의 시체 위에 내가 누워 있었다
막둥이가 제대하기 전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기생인지 공생인지 늘 이런 식으로 살아온 나
걸레인지 방바닥인지 살갗이 짓무를 때까지 빡빡 문질렀다
늘 이런 식으로 살아온 나
닦고 닦아도
빨고 빨아도
표백되지 않은 거무스레한 나의 하루가
파리하게 저물어 간다
댓글목록
맛살이님의 댓글

시인님 반갑습니다
윗집 아랫집에서 만나니 새롭네요
시인님의 지친 삶
찬바람 불면 나아지겠죠 더위와 태풍에
조심하시고 힘내세요
콩트님의 댓글

무탈하시지요, 시인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곳은 현재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오후쯤엔 해제가 될 듯합니다만 큰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시인님께서도 무더위에 건강관리 잘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