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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도리이(鳥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90회 작성일 23-08-10 08:53

본문

빨간 도리이(鳥居) 



빨간 도리이(鳥居)는

철썩이는 바다 아래 반쯤 

잠겨 

다. 


잎 무성한 

싸리가지 하나로 神을 불러내던  

무녀 오쿠니의 새하얀 종아리같은

침묵 흘렀다. 


이층(層) 배가 투명한 거울 위를 미끄러져 갔다.

진열장 안 미세한 향비파(鄕琵琶) 소리처럼 

모두들 배고팠다.   


배에 탄 사람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다툼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오더니 

주먹다짐을 하다가 모서리가 날카로운 돌을 들었다.

서로의 이마를 돌로 찍었다. 

비린 핏방울이 튀어 날랐다. 

청록빛으로 세상을 왜곡되이 반사하는

보름달같은 청동거울로 서로의 미모 (美貌)를 재고 

청동검으로 서로의 목을 베어 

그 잘린 목으로 새하얀 계단을 높이 높이 쌓아 올렸다.


그 때 

꼭대기 첨탑에

황금수탉이 앉아 있는

절의 지붕이 우람한 삼나무들 사이로 슬쩍 보였다.


긴 해변과 

모래밭 위를 조용히 어슬렁거리는 사슴들이 멀리 보였다. 


배 아래 비취빛 바다가 뜨겁게 끓어 올랐다.

여자들은 엉덩이를 까고  

바다 속으로 설사를 쏟았고

남자들은 바다를 두려워하며 

그 속으로 오줌을 누었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음하며 젖는 환상성의 울림에 가늠의 솟대가 覺을 저울질 했습니다
동물 영체에게 하사 받은 검음 숫기가 땅의 솟대 역할과 배치됐습니다
자각의 고물에 서서 여전한 땅의 검음과 대치했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카로운 글 감사 드립니다. 교토박물관에서 본 지옥도를 미야지마섬을 바다에서 본 감동과 결합하여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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