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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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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1회 작성일 23-08-11 18:07

본문

한여름



한여름 눈부신  

白桃를 유리그릇에 가두어 놓은

히미코는 그 자신이 

유리새장에 갇힌 이국의 새인가 봐.

창 바깥으로 

모락모락 일어나는 

형형색색 커피향으로  

손발과 그로테스크한 혈관들을 꽁꽁 묶었지. 

시리도록 투명한 쇠사슬로 

황홀한 표정을 꽁꽁 묶었지. 


헝클어진 배롱나무꽃들은 

형체를 잃어가고 

한낮이 가도록 우는 법 없는 가마우지는 

청록빛 탁한 물에 살지.' 

젖은 깃털 목놓아 우는 석축(石築) 

예리한 비늘들 편편이 휘날리듯 

울어지는 버드나무잎들이 

광휘를 

자수정처럼 알록달록한 키스를 

퍼드덕 퍼드덕거리는 

날갯짓에 섞어 -    

아, 

다 무너지는 검은 집들. 네 찢어져 가는 

비단 기모노는 어디에서 맨살을 드러내는 것이지?   


무녀 오쿠니의 치맛속 수면()에 

닿을락 

말락 

가로이 유영하는  

점 선 면으로 구축된 기하학적인 잉어를 

노려보면서,

 

새하얗게 구멍 뚫린 

운하의 주변에 생각 많은 말 한 마리 

꼬리로 지루한 한낮을 탁! 탁!

가슴 드러낸   

소녀 인력거꾼이 떠들어대는

지난 여름 상처(喪妻)한 기모노가게 주인이 

이웃집 암소를 임신시켰다는 이야기.

디딜방아의 

두꺼운 꼬리가 

후끈후끈한 피로 흥건했다는 이야기. 

한여름 시퍼런 하늘 위를 둥둥 떠 가는

가늘고 목 마른 글래스 

투명한 허리 

뜨겁게 고여든 침은 

끝도 모를 바닥으로 가라앉고 

당초무늬 창틀이 혀로 밀어 넣어주는 

시리도록 달콤한 아이스크림 세 덩어리.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록의 현신으로 생명 발화점에 접근했습니다
형용되어 세상의 韻이 되고픈 피 갈망이 점점이 몰지각한 사랑 정처와 교호하려 했습니다
운신하여 포획하려는 생의 念이 지고지순한 벽과 마주섰습니다
갈망 그리고 피, 순간 상태의 영점 포획과 마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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