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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4회 작성일 23-08-12 00:15

본문



교토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가다가 

이끼 덮인 지붕 아래 위태롭게 흘러내린 

배롱나무꽃들을 마주하는 것.


배롱나무꽃

깊숙이 

질식하고 있는 눈꺼풀들. 


교토의 좁은 길

연보랏빛 정적이 

마침 차례로 불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 속 나의 살갗으로 전이

되고 있다. 


기요미즈데라(清水寺)까지 걸어올라가는 길은 

가팔랐고,  

계단도 없이 유리종을 파는 

여자의 입가에 위태로운 경사가 

자전거 바퀴 두 개의 통각을 굴려 새하얀 가슴 한 짝에 마구 흔드는 

벚꽃 황홀하도록

지기 직전 꽃잎의 어슴한 시취   

더 짙어지도록  

기요미즈데라(清水寺)까지 걸어올라가는 머언 길은

청순했다.  


그나마 보이는 것은, 


머리 올린 

애절한 얼굴을 하얗게 납으로 칠한 

마이코들의 치마 속

지나가는 땀으로 젖은 배롱나무꽃들의

일렁이는 숨소리 맡으며

내 귓속에 은하수 흘려 넣는 산넨자카의 정적을 

그녀들의 사뿐사뿐 발자국 소리 아마

예리한 달빛으로 적출해 낸

서걱서걱한 테아들이 혹은 사산(死産)된 

배롱나무꽃들이 피에 젖은 탯줄째 허공에 

흔들흔들    

들릴 듯 

말 듯 

연지 고운 제 입술을 핥는 

심해 속같은 저녁 

가지에 걸린 폐선의 황홀한 기억으로 

잠드는 마을의 청록빛 지붕들을 

표정 여민 채 돌아가 연이어 꿈꾸고 있는, 

내가 그 속으로 스러져 가는 중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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