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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를 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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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8회 작성일 23-08-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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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를 누르며

 

 석쇠처럼 달궈진 하늘이 버스 지붕 위로 떡메를 내리치던 그날 정돈되지 않은 책장처럼 어수선한 그 마을에 가면 쑥부쟁이처럼 하얀 손톱을 물어뜯던 한 소년이 양철 지붕 위에 햇살처럼 앉아 있었다 바지랑대를 짚고 굽은 허리를 쭈욱 펼친 빨랫줄을 지나 사막 같은 건조한 우물터에 물펌프를 놓았던 신기루의 밤 비지땀처럼 땟물 흘리던 코흘리개를 빡빡 씻겨주시던 마중물 같은 어머니의 부르튼 손등이 불그스름하게 녹슬어 있었다 벌겋게 삭아 뻘물처럼 흘러내리는 철대문을 지나 담벼락마다 정수리에 대못처럼 박혀있는 깨진 병 조각들 송곳처럼 날 선 유년의 가시에 찔린 한 아이가 염하(炎夏)의 목덜미를 붙잡고 월담을 하고 있었다 얼기설기 엮은 밤하늘로 마중 나간 아이의 눈꺼풀에 달빛이 빗발처럼 후두둑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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