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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3회 작성일 23-08-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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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유리창을 꽉 움켜쥔 애벌레가 거머리처럼 기어올랐다 거미줄에 걸린 한낮을 불사르던 부나비의 날갯짓 추락하던 날갯짓이 뜯겨나간 허방으로 그물처럼 출렁거렸다 앙칼진 비명소리가 공벌레처럼 몸을 말고 건너편으로 굴러간다 안개 낀 거리마다 뿌옇게 흩어지는 초점들 우산도 없는 거리에 아가미가 잘려나간 한 사내가 몸을 말고 또르르 굴러가고 있었다 희망봉으로 미끄러져간 뻘배의 발자국들 유령선처럼 침몰한 거리마다 수억 마리의 애벌레가 허연 송곳니를 세우고 사내의 살점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한낮을 다녀간 물의 뼛가루가 허기진 천공으로 어둠의 속살을 발라내고 있었다 한 사내가 유리창 너머 영원의 세계로 슬그머니 유체를 이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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