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정읍사 문학상 대상 - 이명윤시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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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5회 작성일 23-09-22 12:36본문
제11회 정읍사문학상 공모작 대상
내 속에 든 풍경 -내장산
이명윤
들머리에서부터 줄곧 따라오던 나비가 눈을 펄럭이며 사라졌다 바람은 저 멀리 망바위 틈에 잠들어 있었고 공중에 창처럼 펼쳐진 신록과 얼굴 위로 떨어져 아른거리는 햇빛 몇 조각이 다정히 나의 손을 이끌었는데
나비는 속을 훤히 드러낸 고목이 있는 숲속 어느 풀잎의 등에 앉아 천천히 숨을 접었다 펴고 있었다
일행은 고요 밖으로 사라지고 나비와 나 사이엔 어떤 발자국도 다녀가지 않았으므로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숲은 감추어둔 속내를 드러내며 화선지로 펼쳐지고 있었다
멀리 개울물 소리는 옛 장군의 음성처럼 흑과 백이 뒤섞여 그림 속으로 돌돌 스며들었고
문득 높이 날아든 까치 울음이 여백에 툭 툭 몇 방울 물감으로 찍히기도 하였지만 이내 신선봉 구름에 가려 하얗게 지워지고 말았다
떠나야 할 나비의 시간이 남아있을 풀잎의 시간에 기대어 그네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나비와 풀잎 사이로 마음과 마음 사이로 어떤 그림자도 끼어들지 않았으므로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숲은 아으 다롱디리, 아득한 음악처럼 기도처럼 제 몸을 접었다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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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운영위원회님의 댓글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이명윤시인님의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선돌님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제된 心象이 일체의 과장됨 없이 펼쳐지고 있네요
수상,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