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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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상처를 두른
난지도 꼭대기 하늘 공원
올여름 유난스러운 햇살에
바싹 튀겨진 흐드러진 억새꽃
여름내 키워온 그리움을 들고
풀어헤친 하늘거리는 수다
끝없이 이어지는 은빛 너울의 순례자 행렬
감탄사 같은 하얀 순정은
붉게 유혹하는 하늘에 닿는다.
황혼빛에 물든 채 높아져 가는
가을하늘 언저리를 비질하는 솜털 꽃
화려한 군무(群舞)속에 숨어있는 외로움은
외줄기 바람 속에 턱을 괴고
흔들리는 삶 속에 생을 지탱하는 희열
착오를 반복하는 이 순간에도
움켜쥔 물음표를 던진다.
바람이 어질러놓은 자리에
본성을 잃어가는 슬픈 존재는
억새 줄기에 감춰진 가을 안의 여름을 붙잡고
바람 위를 걸어가는 날렵한 여인들의
여민 옷깃에 벗어놓은 가을
바람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
바람이 부는 대로 살라하네.
댓글목록
정동재님의 댓글

하늘 공원에서는 하늘이가 살고 있어요 그 속에는 시인님이 또 머무셨네요 / 머물다갑니다. 시인님.
상당산성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워낙 억새를 좋아해서요 정동재님도 이 가을 건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