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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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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8회 작성일 23-10-21 03:57

본문

집으로 돌아오며

 

 

친구들과 헤어짐이 아쉬워 늦게야 돌아오는 길

가로등 불이 하나둘 잇달아 켜지더니

행인들이 밟고 지나간 낙엽들을 비추며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있었다.

조금 전 떨어진 것들을 제외하곤

제 모습을 간직한 것은 거의 없었다.

찢어지고 부스러지고 어떤 것은

거의 가루가 돼가고 있었다.

낙엽들의 젊은 시절을 똑똑히 기억하는 내게는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풍경이었다.

이제 저들은 모두 대지로 돌아가

내가 걷는 땅

내 아들딸이 살아갈

이 땅의 미세한 일부가 될 것이다.

낯익은 노점상 아저씨가 과일을 팔고 있었다.

갑자기 그를 기다릴 그의 가족과

저녁을 짓고 있을 늙은 아내가 오버랩되어왔다.

나는 그때 점점 더 어두워지는 밤과

부서진 낙엽들과

여든 살 나의 건강과

날 기다리며 저녁을 짓는 아내와

만 원어치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와

내가 돌아오는 길목을 지키며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게 해준 노점상 아저씨와

그 모두에서 믹스된

커피 향 같은 것을 느꼈. , 이것이 은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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