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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기도하는 계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9회 작성일 23-10-24 04:43

본문

가을은 기도하는 계절

 

 

가을은 묵언(默言)의 계절입니다.

열매도

잎사귀도 다 내주고

알몸으로 서는 나무들처럼

가을은 빈 마음으로

빈손을 모아

묵언으로 기도하는 계절입니다.

낙하를 기다리는 노년의 나뭇잎들과

이미 낙하해 버린 죽은 잎사귀들이

함께 어우러져 보여주는

마지막의 장엄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침묵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대하여

묵상하는 계절입니다.

나에 대하여

당신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 인간에 대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하여

팔레스타인에 대하여

묵상하며 기도하는 계절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기도가 모두의 눈물로 흐르고

가을비

세상을 씻기면

용서의 계절

겨울은 오고

하나님은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경상도에도 전라도에도

북녘 죽음의 땅에도

우크라이나에도

팔레스타인에도 다시

봄은 올 것입니다.

낙엽이 진 자리에

파릇파릇 푸른 희망의 싹이 다시 돋고

동면하던 벌레와 짐승들이 모두 깨어나고

추위에 떨던 작은 새 새끼들

얼어붙은 시냇물조차 풀려 다 함께

은혜와 찬양과

환희의 송가(頌歌)를 노래하는 새봄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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