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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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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8회 작성일 23-11-0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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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야!

 

 

옛말에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데

말도 소도 돼지도

밍크도 곰도 낙타도

양도 사슴도

모든 짐승은 가죽을 남긴다는데

뱀도 가죽을 남기고

악어도 가죽을 남겨

아름다운 여인의 구찌 백

품격 있는 사모님의 루이뷔똥 가방도 되고

부자의 돈 지갑

젊은이의 폼나는 벨트

남녀노소 구두

심지어는 성경책 커버가 되어 가죽옷을 입은 인간과 함께 주일 예배에도 참석하는데

뒤늦게 모기에 물려 부풀어 오른 얼굴을 거울 속에서 보며 나는 생각한다.

난 무엇을 남길까

이름을 남길까?

가죽을 남길까?

늙은 동물은 질기고 탄력이 떨어져 패션 제품으론 '별로야!'라지만

징그러운 뱀가죽

울퉁불퉁 악어가죽도 높은 값을 받는다는데

쭈글쭈글 거칠게 늘어진 내 얼굴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저를 위해 열심히 씻고 닦고 바르는 나를 새벽부터 콱!

기를 죽여놓는다.

넌 남길 게 아무것도 없어!

그래봤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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