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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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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5회 작성일 23-12-04 02:11

본문

겨울밤 소묘

 

 

일찍 뜨고 늦게 지는 여름 해는 길어

선잠 아니면 헛잠으로

짧은 여름밤은 더 짧다.

서늘해진 바람에 농부의 땀이 마르면

가을밤 귀뚜라미 쫓기듯 사라지고

동장군이 몰고 달리는 병거를 피해

모든 것이 숨는 서슬퍼런 겨울이 온다.

늙은이의 하루는 나이만큼 긴데

해마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자는 것인지 깨어있는 것인지

늙은이의 겨울밤은 하루보다 길다.

나의 머릿속 늙은 영화관에선

밤마다 몇 편씩은

흑백 무성 영화가 비 내리듯 돌아가고

먼저 떠나 진즉 잊힌 사람들과

오래 소식 끊긴 사람들까지 나타나

나의 밤은

심란하게 깊어 가고

함께 늙은 나의 이불만 덩달아

뒤척이며 돌아눕느라 긴 겨울밤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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