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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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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슬픈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회 작성일 23-12-29 22:09

본문

이 구두를 신은 지 벌써 3년이다

처음에는 딱딱한 가죽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발목이 찌근거렸다

내 발에 맞지 않는 것을

값에 맞추어 신다 보니

몸이 고생이다

제 값 주고 산 구두는 내 발에 맞겠지만

치수보다 10이 더 큰 구두

버리기 아까워

그럭저럭 신은 것이 3년

이젠 제법 몸에 맞는다

가끔씩 양말이 돌아가도

어느새 익숙 되어진 물건

그 삼년동안

내가 구두에 맞춘 건지

구두가 내게 맞춘 건지

그 의미는 몰라도

구두는 내 발 밑에서 또각거리고 있다

그 사이

아들놈이 생겨나고

큰 아이는 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그 긴 시간을

치수보다 10이 더 큰 구두는

또각 거리며

내 발 밑을 지탱해왔다

내 맞추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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