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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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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회 작성일 24-01-05 00:01

본문

동백, 그리고 




어떤 날은 

거무스름한 낯빛으로 울었지요


또 

어떤 날은 

불그스름하게 


당신의 어깨에 햇살처럼 기대어 

발그스레 미소 짓기도 했지요


당신이 상상할 수도 없는

내일이라는 미명의 덤불을 향해 

허수아비처럼 허공에 누워 잠들었을 때  


불 꺼진 거리엔 자정을 깨우며 홀로 

바닥을 안고 흐느끼는 괘종시계의 

울음소리 


들어본 적 있나요 


동짓날 긴긴 빙하의 전설을 따라 걷다 보면  

하지를 오가며 달려가는 무수한 평행선들

 

은하의 세계로 

곁눈질하는 추의 무게가 유언하듯 똑딱똑딱 

발악하고 있었지요


태양계를 벗어난

햇살이 잘 밴 홍옥 같은 아침  

그늘을 찾아 헤매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어요


신기루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잠적해 버린 그 옛날의 빨래터가 묘지처럼  

곳곳에 생겨났어요


빨랫줄에 묶여

몸살을 앓는 평행선처럼 상기된 꽃잎들

비석처럼 촘촘히 세워진 천공의 성으로

검붉은 물기를 툭툭 털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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