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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입술 빌려 고백하건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6회 작성일 24-01-10 06:55

본문

바람의 입술 빌려 고백하건대

     

내가 잘 웃는 건

외로움에 대한 예의 같은 거고요

   

가끔 말이 많아지는 건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해가 바뀔 땐 손금을 보고 싶지만

돌아보면 운명은

아스팔트 위에 찍힌 발자국 같은 거라서

  

냉장고 속엔

유통기한이 없는 슬픔이 가득

요리법은 알고 있지만

식탁 위의 노을이 너무 찬란해서

    

그리운 게 다 사랑은 아닐 거예요

누군가의 눈물을 훔쳐 볼 때처럼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빛이 되고 싶어요

 

산에 오를 땐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고

내려 올 땐

신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죠

   

엎드려 등을 내주는 길이

아버지의 사랑 같아서

        

시린 계절의 온기가 그리울 땐

  

수취인 불명의 안부와 함께

허공을 날아다니기도 하죠

   

지워지지 않는 문장들이

괄호 속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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