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내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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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체에서 고독한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은하의 강에서 튀어나온 물고기 한 마리,
도마 위에 모로 누워 검은 태양을 깨물었다
어두운 터널 속 공포의 문이 열리면서 빠르게 증가한 심장박동,
벗어날 수 없는 윤회의 틀을 두드리는 북소리처럼 무거웠다
스스로 선택한 운명적 소조를 삼키자
내 주변에 파종되었던 목소리들이 어느 순간 뿌리 채 뽑혔다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별빛에 찔린 몸으로 세례를 받았다 물의 길을 걷다가 불의 길을 걸었다 구도를 향한 정화의 길은 늘 고독했다 외롭고 고독할수록 외가닥 길로 이어진 편도 끄트머리에서 하늘 모서리가 잘 만져졌다 영혼의 윤곽, 그 무한한 깊이를 각인하려 했던 피조물의 한계를 거울에 비췄을 때 거울 속에서 돌아누워 있는 낯익은 사내를 보았다 벽이 되어 살아왔던 나였다 덜컹거리며 구르는 이동 침대 바퀴의 요동으로 짧은 꿈에 금이 갔다
내 속을 보여주고 돌아오는 길, 하늘 모서리를 만졌던 손바닥이
벌겋게 데어 화끈거렸다
머리 위에 얹혀있는 하늘이 비대칭으로 기울었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이처럼 내적 존재성을 유회적인 시각으로
또 다른 존재적인 시각으로 두 개의 시선을 밀고 나가도
안으로 투시성을 발휘 하는 내흥까지 겸비 하고 있어
시의 감칠맛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