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에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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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379회 작성일 24-01-17 15:37본문
덕수궁 돌담길에 비가 내리면
강신명
덕수궁 돌담길엔
흔들리는 것들이 모두 모인다
거리를 당차게 구르던 웃음도
가로등 흐린 불빛에 얼굴 가리던
한 송이 장미꽃도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느라
축축한 하늘 더듬고 있다
은밀한 숨결마다 속살 감춘 채
휘파람 장단 맞추던 하이힐 소리
너의 시간을 지나 나의 시간이 된
오늘이 바람개비를 돌린다
스며드는 한기에
커다란 창 앞, 젖은 낙엽이 빼곡히 붙어 있는
낯익은 카페에 앉는다
가장 빛바랜 잎을 떼어 찻잔에 띄운다
사랑을 목숨처럼 이어가던 그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기 뒤로 측은히
나를 쳐다보는 올렌카*
먼 길 떠나는 듯 묵직한 가방이
낙엽 소리를 울리며 지나간다
온종일 거센 폭우가 쏟아졌다
나는 비를 습관처럼 자꾸 털어내고
넘지 못한 길은 빗속에 흔들리다 또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 안톤 체호프의 단편 “귀여운 여인” 여주인공
2021 시의 날 엔솔로지 시집 《서울時》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라리베 시인님!
사랑하는 우리 시인님!
이곳은 종일토록 궂은비가
내마음 울리네요 우리 시인님 보고파서~~~~
덕수궁 돌 담길 딸과 손잡고 걸어보던 길
속 절 없이 불러도 대 답 없는 그 길에 서서
마음 달래 보며 시인님 주 옥 같은 시 향에
젖어 봅니다
또 보고 또 보고 타임머신에 노 저어 봅니다
갈채를 드립니다
사랑을 드립니다 하늘만큼 영원이 영원이 ♥♥
강신명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고 반가운 은영숙 시인님
따님과 돌담길을 걸었던 소중한 추억이 있으시군요
다정한 모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시인님도 사랑으로 품어내신 평생을 사셨을 것 같은데
자애로운 어머니로 지고지순한 한 여인으로
뛰어난 감성을 시로 당당하게 펼쳐내는
시인님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시간 속에 덮인 잊지 못할 기억들이 시인님께
커다란 힘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봄빛 듬뿍 담은 사랑 많이많이 보내드릴게요~~♥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암묵에서 헤어나오려는 환희가 시상과 시심에 이입되는데 영겁의 힘이 차용되지 않았습니다
시상으로 생명의 중요성을 가늠하지 않아 시심이 영적인 한계와 마주섰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탕님 세상엔 작지만 절대적이고 소박하지만 꼭 필요한
기쁨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야 말로
거창한 명제 앞에 힘든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tang님의 댓글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물을 인지하고 포획하는 일이 그러하기도 합니다
생명 존중이 되는 일입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덕수궁 가 본지가 수십년은 된 것 같네요.
그 돌담길을 한번은 걸어 본 것 같기는 합니다만,
비내리는 길이 아니었기에
언젠가 비내리는 길의 정취를 꼭 한 번 느껴 보고싶군요.
아무나 쓸 수 없는 촉촉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광화문은 종종 나가도 돌담길을 걸어 본지는
무척 오래되었네요
지금은 주위에 명소가 많이 생겼지만
돌담길만이 줄 수 있는 정감있고 고즈녘한 분위기는
여전할 것 같은데 저도 새삼 비오는 날의 정취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평안한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