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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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벌써 며칠째인가
나무 밑에 가부좌를 튼 인간이 먹지도 않고
두 손을 모은 체 눈 감고 있다.
밥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짜증 나고
잠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다리가 저리고
보이지 않으면 무서워 금세 눈을 뜨기 마련인데
대단하다 저 인간.
오호라
거미줄에 통통한 애벌레가 걸렸다
숙성시켜 더 맛있게 먹어야겠다
거미줄에 엉켜 발버둥 치는 애벌레를 둘둘 말아
최적의 장소에 걸어두고 날짜를 적어둔다.
며칠을 이해하려 노력해 봤지만, 화부터 난다
쳐다보고 있으면 따분해 하품이 나오고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저러고 있나 싶어
불쌍해 보인다 저 인간.
아! 참 애벌레를 깜빡했다
거미줄로 꽁꽁 싸매 숙성시킨 애벌레를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풀기 위해
밥 먹는 것도 잊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 정신을 집중해서 한 올씩 풀어헤친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이 매듭만 풀면 길고 길었던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왠지 저 인간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에 이럴 수가
애벌레는 어디로 가고 나비가 날개를 펄럭인다
두 손을 모으듯 날개를 접고 눈 맞추고는
하늘로 훨훨 날아간다.
예쁘다 저 나비
예쁘다 저 사람의 미소.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유충의 성장이라는 순례를 통해 나비로 탈태 하는 과정을 노래하신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
죄송합니다 제가 둔해서.
어찌 되었든 애벌레가 나비가 된 것은 자연의 기적이지요. 감사합니다.
김진구님의 댓글의 댓글

제 의도는 나무 밑에서 가부좌 튼 사람은 부처. 부처를 관찰하는 거미는 중생(나).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은 깨달음. 이렇습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게 많이 서툽니다 ^^.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만물박사님의 댓글

잘보고갑니다
김진구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