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아베마리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친절한 아베마리아 / 김 재 숙
길은 더 남았는데
쥐방울이 감격스레 피고 지는 동안
한쪽 눈을 감고 살았지요
평행되지 않는 사시(斜視)의 거리를 오랫동안
기우려 놓은 당신이 놓친 시선이
후줄근하게 벗겨지는 그곳으로
난 어제든 갈 수 있어요
밧줄하나 매달려
촘촘히 수직으로 내려가는 외벽이
안을 볼 수도 엄숙히 다가오를 수도 없지만
실금失禁하는 자세로
언제나
유지하는 0-45℃ 생활의 온도로 버티니까요
그런 사이
붓끝은 야무지게 조감도를 그려 놓고
다음 층 그 다음 층은 모조리 찢어 버리는
능숙한 불친절함에
난 속 깊은 자세로 견뎌야 해요
괜찮아요
저기 아베마리아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도
의심하지 않아요
난 좀 더 버틸 수 있고
친절은 당신을 버려야 얻는 것이니까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무너지기 직전의 위기의 눈으로
태양이 머리 감고 말리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타락한 천사가 Ave Maria! 하고 외침니다.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비로소 눈을 떴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