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 그 단단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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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73회 작성일 24-02-12 04:54본문
자갈, 그 단단한 이름
누군가 안으로 잠긴 문을 부수고
조각난 속살을 들어다 본다
나는 세상의 뼈가 되기 위해 빛을 꺼트린 별자리를 건너와
캄캄한 울음을 터트렸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았던 내가 단단한 이름 하나를 얻으려고
내 몸은 무거운 비명을 어둠처럼 흘리며 부서져야 했다
겉모습을 잃어버린 나를 더 이상 기억하지 말아야 했다
그들은 부서진 내 몸을 그러모아 놓고
인색한 등급을 매겨놓았지만
내가 수직으로 선 벽속에 숨어서 낮은 세상을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바벨탑처럼 내 뼈가 자랄수록
태양은 점점 가까워지고 하늘은 낮아졌다
나는 도시의 배경이 되었고 지도위에 새로운 지명을 낳았다
때로는 아스팔트위에서
날마다 일기를 쓰는 사람들을 위하여 공깃돌 같은 등을 내주고
내 이름위에 새로운 노래를 심었다
단단한 이름의 나이테를 깨무는 어금니,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귀한 몸이다
세상의 지도를 너무 많이 삼킨 몸
레미콘의 믹서통 속에서 지구를 돌리며 낯선 도시의 뼈를 꿈꾼다
하나의 별만 바라보는 긴 침묵이 목마르다.
댓글목록
안산님의 댓글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앙상한 뼈대에 살을 붙이며 까마득한 높이로 오르는 그 것,
사람들의 관심은 그 높이 끝에 걸린 하늘에만 관심이 있지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위로만 향하는 중력이 놀랍습니다만
그 덕분에 도시의 스카이 라인은 풍성한 자태를 자랑하지요.
빙빙 도는 탱크 안에 참 많은 것이 들어있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의 깊은 시심을 읽는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 지도를 너무 많이 삼킨 몸
인생의 단면을 여지 없이 드러내는 존재론적인
의미를 부여 하면서
자갈과 세상의 뒤켠으로 떠밀려 살 수 밖에 없는
생들의 계보를 통렬하게 펼쳐보이는 이 시심은
각고의 고뇌가 스며들어 건져 올리는
시인님만의 어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가에게 자기만의 조형언어가 있듯
시인에게 그런 어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 시대를 책임진다는 뜻이지요.
전시장에 가면 이색적이고 파격적인
화법으로 자신의 세계를 전달하듯
시인님의 이 시법 언어는
한 시대를 아우르는 원천인 힘을 지니고 있어
모두를 감동으로 젖게 하실 것입니다.
오랫동안 의미하고 싶은 시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산 시인님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저의 집 주변에 신축 건물을 짓느라 연신 드나드는 레미콘 차량에서 시멘트 배합물을 받아
펌프카가 상층부에 걸죽하게 뱉는 현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자갈과 함께 타설된 시멘트가 굳으면 그림자가 물구나무 서는 허공을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요.
부족한 글에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깊은 시, 잘 읽고 있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힐링시인님
제시가 시인님의 시평을 못따라가는데 매번 너무 과찬의 말씀을 주시니 너무 부끄럽습니다.
제가 시를 쓰기는 것보다 창작방 문우님의 시를 읽고 댓글을 드리는 게 저에게 더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뜸하게 글을 올리고 문우님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에 더 열중하려고 합니다.
시인님의 왕성한 필력에 찬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갈의 단단함에 덧입혀진 시간이 깨어지면서 빚어지는
또 다른 세계로의 시간 여행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상관물에 투사된 시인님의 시선이,
독자로 하여금 사유의 깊이를 더하게 합니다.
하나의 별반 바라보는 긴 침묵이 목마르다는 결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긍정의 외침으로 들리는군요.
봄 소식 같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고맙습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저희집 주변으로 신축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저희집은 단독주택(전원주택)인데 다세대 건물이 주변에 지워져 지구가 점점 좁아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레미콘차량의 믹서통에서 단단한 자갈들이 다투는 소리, 저에겐 그리 좋게 들리지 않더군요.
부족한 시를 좋은 말씀으로 포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상당산성님의 댓글
상당산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바벨탑처럼 높이 올라가는 신도시 아파트들이 새로운 수종을 심은 듯
하늘을 낮추고 있습니다. 좋은시 잘 읽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늘 건필하시길^~^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당산성 시인님 부족한 글에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좋은 시 잘 읽고 있습니다.
시인님도 늘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