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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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막에는 폭풍의 등을 타고 가는 낙타가 있다
카라반들의 전설에 의하면 낙타의 발자국은 별자리처럼 유유히 옮겨 다닌다
모래에 새겨진 화인 같은 발자국들
돌개바람이 지우개처럼 흔적을 지운다
너는 사막 너머의 풍경을 점성술사의 로브처럼 입고 있지만
내 망막 속으로 옮겨 다니는 비문 같은 신기루
벌레 먹은 자국마다 먼바다 꿈들이 파도처럼 철썩거린다
파도의 꼭짓점에서 흐느끼다 낙타의 발자국처럼 사라져 버린 흔적들
지평선과 합장한 마지막 숨을 삼키는 빛깔에 가슴 졸이던 저 발굽소리
카라반들이 버리고 간 낙타의 배를 가르자 스콜처럼 쏟아지는
별의 창자들
베란다에는 채 마르지 않은 젖은 빨래들이 까치발을 하고 별빛을 마시고 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모래바람 부는 사막에 발자국을 찍으며
사막을 건너다가
모래에 뼈를 묻어야 하는 낙타, 사막의 일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르지 않은 빨래들이 까치발로 별빛을 마시다니요.
아무나 묘사할 수 없는 절창입니다. 감사합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공장에 일 나가신 어머니 발자국 소리
후다닥 맨발로 녹슨 철대문 박차고 나가면
땟국물이 어스름처럼 스며든 아이들이
개발새발 휘갈기던 벽서 같은.......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