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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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 들이기 / 최현덕
밥이 다 되어 갈 쯤
곡선으로 피어오르는 열기와
곡선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와
봄, 여름, 가을이 교차하는 느낌과
순도 99.99 신토불이 냄새와
직선이 흉내 낼 수 없는 움직임이
압력 추를 바짝 달군다
허리 휘도록 얻은 쌀이 살점 같아
농민은 ‘쌀’을 ‘살’이라 했나
윤기 도는 ‘하얀이밥’ 일생을 들여다보다가
붉디붉은 뜨거운 사랑을 난 엿 보았다
작열하는 태양에 제 몸을 익힌 몸을
언틀먼틀 한 生을 꽃단장하여
인간의 밥이 되는 쌀!
밥이 뜸 드는 사이, 이 나이 먹도록
뜸 들이지 못하고 산 세월에 머리 숙이고
넓디넓은 벼 사랑에
하얀 쌀밥의 느낌은 폭발한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평범에서 비범을 길어 올리신 명시를 읽는 행복한 오후입니다.
매일 먹는 밥에서 이렇게 깊은 사유를 확장 하시다니요.
저는 밥이 뜸 드는 사이를 못 기다려 왜 밥이 늦냐고 투정이나 부렸지
같은 상황을 보고 시인님이 벼의 사랑을 노래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부럽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수퍼 시인님은 시마을의 수퍼스타십니다.
부지런하게 가가호호를 방문해 주시니 이 보다 더 반가운 문우님이 어디 있겠습니까?
수퍼 시인님의 시가 훨씬 더 좋으니까 시도 많이 올려 주세요.
허접한 글에 향기를 불어넣어 주셔서 힘이 솟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