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인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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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2회 작성일 24-03-21 12:58본문
깊어지는 인물화 / 김 재 숙
가느다란 목과 말총머리를 그렸을 때
기억은
4B 연필 지나는 어디쯤 검게 드러난 눈 코 입술
완벽히 계집아이였던 지점을 찾았다
밀어 버린 언덕으로 달리는 종소리
희고 맑은 옷자락에 감기는 추억의 예배당
한 무리 청춘이 오랫동안 들여다 본 그림 안에서
그만 고백을 하고 마네
당신께 용서를 빌러 왔다고
아무렇지 않은 피사체 속에서
늙은 암캐로 앉아 있는
누렇게 변한 액자는 웃음인지 울음을 참은 건지
늘어진 시선이 자리를 뜨지 못하는
너의 얼굴이 환한 아련함으로
눈꺼풀 없는 마음하나 열린 채
그만 까마득한 계절을 놓치고 마는
골목 깊은 곳
삶 곁에 쪼그려 앉은 창이 쏟아지던 밤의 연가로
혹은
허공으로 목 젓 위로 부푼 가슴 사이로
지금도 알 수 없는
꾸역꾸역
귀를 적시는 강물 쪽으로 깊어진 그림자
당신이 서성이는 건가.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어질 수록 인물화의 주인공이 주는 침묵이 언어가 크게 들리지요.
노을 만한 무게로 울먹이는 눈빛이 궁금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시 많이 빚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