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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에 봄비가 내리는 이유를
저 목련꽃들은 알고 있을까. 뼛속까지 젖어
새하얀 표정들이 더 새하얘지고
감긴 눈꺼풀들까지 바르르
너는 무연히
어디를 응시하고 있는 것일까. 따스한 흙. 가지 끝 투명하게 매달리는
봄비가 저어하는 음향들. 허공 속 모여들어
한 점으로 응집하고 있는
과거의 기억들. 아침 향기에 섞여
담벼락들 사이로
봄비의 궤적들과 추억의 음향들 속으로 걸어나간다. 옛상처까지도
신선해진다. 황홀하게 벌어진 목련꽃들 저 높이서
눈부시고
눈부시고
눈부시다. 이미
저 눈부심 속에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겠지?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봄비의 궤적을 품으면서
하얀 목련의 입술은 눈부시고
또 눈부셨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눈부신 향기를 쏟아내나 봅니다.
그래서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다고 하나 봅니다.
생각이 깊어지는 시, 감사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근 전에 비 젖은 거리를 보며 써 보았습니다. 목련이 참 오랜만이네요.
tang님의 댓글

큰힘을 사용한 다음 차례의 원 정상이 까마득함을 놓쳤나 봅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어제 저녁 봄거리에서 목련을 본 감상문입니다. 담 너머로 보았습니다.